위더스코리아, 청테이프 제조↑…매출 늘면서 고용도 39% 증가
안 대표가 스마트공장 구축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위기감' 때문이다. 2년 전 참석한 한 포럼에서 강연자는 '여러분 사업은 곧 중국에 다 뺏길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전망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엄청 기분이 나빴지만 한편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며 "10년 뒤에도 살아남으려면 일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테이프시장은 크게 전선을 감는 데 쓰는 전기테이프와 박스 포장용 황색테이프, 양면테이프, 종이테이프 등으로 나뉜다. 위더스코리아가 생산하는 천접착테이프는 가정뿐만 아니라 자동차·조선 등 공업용으로도 쓰여 활용도가 다양하다. 예전에는 품질이 우수해 수출도 했지만 지금은 가격 경쟁력에 밀려 중국과 미국 등에 국내외 시장을 모두 빼앗겼다. 양면테이프 등 일부 테이프업체는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안 대표는 "저도 한때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려고 현지 땅 약 3만3000㎡(1만평)를 계약하기 직전까지 갔다"며 "고민 끝에 생산성을 높여 국내에서 공장을 끝까지 돌리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마음을 바꾼 데는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해온 직원 수십 명을 실업자로 만들 수 없다는 책임감이 컸다. 그는 "국내 공장을 철수하면 40대 이상 직원들은 일자리를 다시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직원과 함께 베트남으로 가는 방안을 생각했지만, 그러면 국내보다 인건비가 2배 이상 더 들어가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기로 마음먹고 먼저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문을 두드렸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지원을 받게 됐고 삼성 출신 멘토들이 공장을 방문해 공장 혁신에 나섰다.
기존에는 25㎏ 포대에 담긴 원재료가 팰릿에 실려오면 사람이 일일이 포대를 뜯어 큰 드럼통에 넣고 배합했다. 지금은 혼합배합기가 모두 자동으로 처리해 육체노동에 대한 의존이 크게 줄었다. 천접착테이프는 접착 비닐에 천과 색상필름을 코팅해서 폭 1.25m 롤 형태로 감겨져 나온다. 이 과정에서 표면 위치에 따라 동일한 두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이다. 안 대표는 "롤 기계에 센서를 설치해 두께 차이가 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며 "월 불량률이 4%에서 1%대로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해 생산성도 향상됐다. 테이프 월 생산량이 이전 150만m에서 지금은 300만m로 두 배 늘었다. 올해 매출은 전년보다 40% 늘어난 2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생산량과 매출이 늘면서 고용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스마트공장 구축 이전 56명에서 현재는 78명으로 22명 늘었다. 안 대표는 "스마트공장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최고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육체노동이 줄자 센서가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작업 라인에 반영하는 관리 업무가 중요해졌다. 따라서 영어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익숙한 젊은 층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또 수출이 늘면서 외국어에 능한 해외영업 직원을 기존 2명에서 추가로 2명 더 고용했다.
올 초 안 대표는 사훈을 '다음 세대에게 일자리를 넘겨줄 미래를 꿈꾸는 회사'로 새로 정했다. 그는 다음 목표를 중국 시장으로 잡고, 최근 첨단 기계 구입과 설비에 80억원을 투자했다. 안 대표는 "현재 중국 제품과 가격 차가 7~8%지만 연말쯤 비슷한 수준까지 가능할 것"이라며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전 세계를 내수시장으로 보고 사업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안 대표는 이 말을 당부했다.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40·50대 직원들은 바뀐 업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며 "아날로그식 육체노동 근로자들에 대한 재교육이 중요한데 정부가 이 부분을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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