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피스톤 생산 자동화 이후 생산 늘었지만 불량률 증가
고민하던 28년 경력 공장장 기술경영대학원 수업서 공정 검증통해 원인 찾아내
10년 맞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스마트팩토리 전문가 산파 역할
고민하던 28년 경력 공장장 기술경영대학원 수업서 공정 검증통해 원인 찾아내
10년 맞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스마트팩토리 전문가 산파 역할
하 상무가 다니던 대학원에 실무 경험이 많은 교수가 참여하는 ABL(실제 과업 기반 학습·Actual-task Based Learning)이라는 3학점짜리 교과목이 있었다. 현장문제 해결이 곧 학습이 되는 이 수업 방식에 따라 선입견을 다 버리고 관련 공정 변수(Parameter)들을 하나씩 검증해가는 개별반응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드디어 불량 키(key) 인자가 밝혀졌다. 원인은 알루미늄합금 용탕(주물에 주입하기 위해 용해된 금속. 일종의 쇳물·molten metal)의 공정 조건 변화, 온도, 시간이 문제였다. 원인을 파악하자 해결은 쉬웠다. 주조공장 불량률은 62.5%나 줄었다. 자동화 이후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이로써 이 공장은 자동화로 인한 대량생산과 수동 작업할 때의 높은 품질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됐다.
이 성공 사례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빅데이터센터가 수행하는 중소기업 빅데이터 활용 지원 사업의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하 상무는 지난 6월 9일 판교에서 열린 '전국 기술경영 MOT(Management of Technology) 콘퍼런스'에서 이를 발표했다. 하 상무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다닌 지 불과 1년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MOT는 기술경영이라는 뜻이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기술과 경영을 융합한 대학원으로 일찌감치 기술의 중요성을 간파한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지금 미국의 디지털 신경제 성장은 이런 노력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MOT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핵심 기술이 곧 기업의 존망과 직결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기술지식과 경영능력을 융합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융합시대를 맞은 지금 되돌아보면 미래를 내다본 탁월했던 전략이었다.
MOT 지원사업은 올해로 시작된 지 10년째다. 사업이 시작되기 전 MOT 교육은 주로 공학과 경영학과의 학과 간 협동 과정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2006년 정부의 MOT 지원사업이 본격화하면서 10년이 지난 현재는 7개 기술경영전문대학원(고려대, 부경대, 서강대, 성균관대, 울산과학기술원, 호서대, 한양대)이 설치됐고 그간 인재 2000여 명이 양성돼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MOT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대학에는 최대 5년 동안 연간 7억원 내외로 전임 교원 확보, 특성화 MOT 프로그램,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특화 인력 양성을 위한 비용이 지원된다.
이종원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식의 저장은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는 지금 실제 과업을 통한 교육(Learning by Doing)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이 같은 교육 방법으로 8건의 현장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고 그 결과 기업들은 매출이 수십억 원씩 늘어났거나 또는 특허 출원을 하는 등 경영 개선 성과를 내고 있다.
요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높다. 그러나 이에 구체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것은 결국 현장일 수밖에 없다.
하 상무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략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는 연료를 폭발시켜 힘을 얻는 전통적인 개념의 엔진이 없다. 엔진이 없으면 하 상무의 회사가 만드는 피스톤도 없어지게 된다. 물론 지금 당장은 여전히 수요가 늘고 있지만, 조만간 큰 흐름은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그는 1년짜리 생산 계획이 아닌 더 큰 미래를 보기 시작했다. 기술경영을 접하면서 세계와 미래의 흐름을 내다보고 방향을 잡는 전략적인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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