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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Focus] 공장자동화뒤 늘어난 불량…빅데이터 활용하니 쉽게 해결

입력 : 
2017-08-25 04:05:04
수정 : 
2017-08-25 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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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피스톤 생산 자동화 이후 생산 늘었지만 불량률 증가
고민하던 28년 경력 공장장 기술경영대학원 수업서 공정 검증통해 원인 찾아내
10년 맞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스마트팩토리 전문가 산파 역할
임문영의 4차산업혁명 현장
사진설명
중견기업 동서페더럴모굴에서 일하다 5년 전 공장장으로 승진한 하문영 상무는 피스톤 불량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던 그는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실제 과업 기반 학습 과목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문영 상무는 다른 회사를 다녀 본 적이 없다. 지금 근무하는 이 공장에 사원으로 입사해 28년 동안 일했다. 경기도 안산에 공장이 세워질 때부터 지금까지다. 금속공학을 전공한 그의 일은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을 만드는 것. 그는 지금 330여 명의 종업원과 함께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을 연간 1700만개씩 만드는 중견기업 (주)동서페더럴모굴의 5년 차 공장장이다. 그가 공장장이 된 이후 하 상무와 직원들은 피스톤의 특정 유형에서 생긴 불량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자동차 엔진의 핵심 부품인 피스톤은 20개가 넘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 만든다. 특히 주조공장 작업은 5년 전 신규 모델을 개발하면서 생산 공정을 완전 자동화했다. 생산량은 안정적으로 늘었지만 수동 작업할 때는 없었던 불량품이 자동화되면서 오히려 생겼다. 복잡한 생산 공정 중 어디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직원들이 오랜 경험과 기술로 원인의 범위를 압축해 갔지만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던 무렵이었다.

하 상무가 다니던 대학원에 실무 경험이 많은 교수가 참여하는 ABL(실제 과업 기반 학습·Actual-task Based Learning)이라는 3학점짜리 교과목이 있었다. 현장문제 해결이 곧 학습이 되는 이 수업 방식에 따라 선입견을 다 버리고 관련 공정 변수(Parameter)들을 하나씩 검증해가는 개별반응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드디어 불량 키(key) 인자가 밝혀졌다. 원인은 알루미늄합금 용탕(주물에 주입하기 위해 용해된 금속. 일종의 쇳물·molten metal)의 공정 조건 변화, 온도, 시간이 문제였다. 원인을 파악하자 해결은 쉬웠다. 주조공장 불량률은 62.5%나 줄었다. 자동화 이후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이로써 이 공장은 자동화로 인한 대량생산과 수동 작업할 때의 높은 품질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됐다.

이 성공 사례는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빅데이터센터가 수행하는 중소기업 빅데이터 활용 지원 사업의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하 상무는 지난 6월 9일 판교에서 열린 '전국 기술경영 MOT(Management of Technology) 콘퍼런스'에서 이를 발표했다. 하 상무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다닌 지 불과 1년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MOT는 기술경영이라는 뜻이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기술과 경영을 융합한 대학원으로 일찌감치 기술의 중요성을 간파한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지금 미국의 디지털 신경제 성장은 이런 노력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MOT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핵심 기술이 곧 기업의 존망과 직결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기술지식과 경영능력을 융합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융합시대를 맞은 지금 되돌아보면 미래를 내다본 탁월했던 전략이었다.

MOT 지원사업은 올해로 시작된 지 10년째다. 사업이 시작되기 전 MOT 교육은 주로 공학과 경영학과의 학과 간 협동 과정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2006년 정부의 MOT 지원사업이 본격화하면서 10년이 지난 현재는 7개 기술경영전문대학원(고려대, 부경대, 서강대, 성균관대, 울산과학기술원, 호서대, 한양대)이 설치됐고 그간 인재 2000여 명이 양성돼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MOT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대학에는 최대 5년 동안 연간 7억원 내외로 전임 교원 확보, 특성화 MOT 프로그램,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특화 인력 양성을 위한 비용이 지원된다.

이종원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식의 저장은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있는 지금 실제 과업을 통한 교육(Learning by Doing)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이 같은 교육 방법으로 8건의 현장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고 그 결과 기업들은 매출이 수십억 원씩 늘어났거나 또는 특허 출원을 하는 등 경영 개선 성과를 내고 있다.

요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높다. 그러나 이에 구체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것은 결국 현장일 수밖에 없다.

하 상무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략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는 연료를 폭발시켜 힘을 얻는 전통적인 개념의 엔진이 없다. 엔진이 없으면 하 상무의 회사가 만드는 피스톤도 없어지게 된다. 물론 지금 당장은 여전히 수요가 늘고 있지만, 조만간 큰 흐름은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그는 1년짜리 생산 계획이 아닌 더 큰 미래를 보기 시작했다. 기술경영을 접하면서 세계와 미래의 흐름을 내다보고 방향을 잡는 전략적인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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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팩토리를 제조업 활로의 방향이라고 봤다. 스마트팩토리는 공장의 설비와 기계에 센서 등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문제를 해결한다. 최근 제조업 혁신을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 상무는 이번 불량제품 원인 추적 과정에서 스마트팩토리와 데이터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센서와 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법 등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평생 금속을 만지고 다루며 살아온 금속 전문가는 자신이 데이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평생 화석연료 시대의 피스톤을 만들었지만 이제 전기차를 대비해야 한다. 세상이 그만큼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임문영 인터넷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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