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형 4차 산업혁명 전략 속도 내야

[이슈분석]한국형 4차 산업혁명 전략 속도 내야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글로벌 혁신 경제 선도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략 수립이 최우선 과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전통의 주력 산업을 융합해 글로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전략 산업을 선정하고, 부처·산업 간 칸막이를 없애도록 민·관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로 꼽힌다.

[이슈분석]한국형 4차 산업혁명 전략 속도 내야

◇4차산업혁명위 왜 필요한가

4차 산업혁명은 성장 정체에 빠진 대한민국이 혁신을 통해 성장할 유일한 돌파구로 평가받는다. 5세대(5G) 이동통신 등 네트워크 기술을 비롯해 커넥티드카, 스마트제조업 등이 글로벌 주력 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혁신을 추진하는 주체는 기업 등 민간이지만 정부 전략과 결합될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도한 이면에는 미국 정부의 에너지 혁신 프로그램(APRA-e)을 통한 친환경차량 사업 자금 지원, 전기차 배터리 세금 감면, 연구개발(R&D) 지원이 결합됐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국가 전략을 수립,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2012년 산업 인터넷 전략을 수립, ICT와 제조업 융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2006년 하이테크 전략을 계승하는 '인더스트리 4.0'을 새로운 경제 혁신 기조로 내세웠다. 일본은 총무성 산하 정보기술(IT)전략본부 중심으로 '세계 최첨단 IT 국가 창조 선언'을 수립, 혁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전략' 수립

글로벌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우리나라 4차산업혁명위의 출범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UBS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준비 지수는 미국(5위)에 한참 뒤처진 25위에 그쳤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 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이제라도 체계화한 대응 전략을 세워서 추진한다면 남다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가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4차산업혁명위는 올해 안에 범정부 차원의 '4차 산업혁명 종합 대책'을 마련한다. 종합 대책은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분야, 경쟁력이 다소 뒤처지는 부분, 잠재력이 충분한 분야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전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의 필수 주력 산업 선정과 미래 지향형 로드맵 마련이 급선무다.

5G와 사물인터넷(IoT) 분야는 우리나라가 세계 표준을 주도하는 등 국제 경쟁력에 우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4차산업혁명위는 5G와 IoT가 단순한 기술 활성화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 공장, 자동차 등 타 산업과 융합해서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융합 R&D 및 투자 전략 수립과 함께 각종 시범 사업 등 단계별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대 초반에 국가 정보화 사업을 진행한 것처럼 경제와 산업 전반에 걸쳐 5G와 IoT 인프라를 융합,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은 미국과 유럽이 오랜 시간 힘쓴 R&D의 성과물을 축적한 영역이어서 당장 추격하기가 쉽지 않다. 선진국과 동일한 양의 자원을 투입하더라도 선발자를 추격하기는 어렵다. 4차산업혁명위는 AI와 5G·IoT 등 초연결 네트워크를 융합·접목하는 등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다른 차원의 새로운 전략 접근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4차산업혁명위, 산업·정부부처 간 칸막이 제거해야

4차산업혁명위는 우리나라의 강점인 초연결 ICT 인프라 속도와 범위를 확산시키는 걸림돌 제거 역할이 필수다. 과거 정부에서 ICT 융합을 확산시키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은 정부부처·산업 간 칸막이를 유효하게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국내 대기업의 한 연구임원은 “이전 정부에서도 옛 미래창조과학부 중심으로 경제 혁신 전략을 마련하고 제조업 등 타 산업에 융합·확산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ICT는 미래부가 관할하고 제조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관할하는 등 부처별 칸막이를 성공리에 깨트릴 컨트롤타워와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위에 참여하는 민간위원은 각 산업 분야의 핵심 과제와 요구 사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에 가감없이 전달하고, 위원장은 부처 간 역할 조정을 통해 칸막이를 제거하는 권위가 확실하게 보장돼야 한다.

부처·산업 간 융합을 가로막는 법·제도 등 규제 정비도 4차산업혁명위가 간과해선 안될 주요 임무다. 국회 차원에서 구성 예정인 4차산업혁명위 법·제도개선 특별위원회와 연계,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속도감 있게 개혁하는 과제가 요구된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4차산업혁명위의 역할은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경제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바꾸고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분명한 역할을 천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